지난해 가계와 기업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인 87조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24조135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87조3515억 원(13.7%)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 여신이 지난해 22.1%(7조8808억 원) 급증해 증가세가 가장 높았다. 새마을금고는 1년 새 21.0%(15조6809억 원) 늘었고 신용협동조합(20.2%), 자산운용사(19.3%), 상호금융회사(14.5%)도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부의 규제 여파로 올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은은 “올해 집단대출이나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 금리도 뛰고 있어 제2금융권의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