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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고영태 녹음파일 대부분 사적 대화”

입력 | 2017-02-13 03:00:00

[최순실 게이트]朴대통령측 요청으로 헌재에 제출… 2000개 파일중 29건만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폭로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1)의 목소리 등이 담긴 녹음 파일 2000여 개가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녹음 파일 일부에 고 씨와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37)가 나눈 대화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압수한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의 컴퓨터에서 녹음 파일 2000여 개를 확보했고, 해당 녹음 파일 전체와 녹취록 29건을 11일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 요청을 수용해 검찰에서 녹음 파일을 제출받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 탄핵심판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녹음 파일에 고 씨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이득을 챙기려 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파일 내용을 정밀 분석 중이다. 고 씨가 최 씨를 궁지로 몬 불순한 의도를 부각시켜 고 씨의 폭로 전반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정 등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고 씨는 김 대표 등에게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쳐내고… 하나 당겨 놓고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라거나 “제일 좋은 그림은 틀을 딱 몇 개 짜놓은 다음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이 이런 내용이 포함된 녹음 파일 2000여 개 중 녹취록을 29건만 만든 데 대해 “박 대통령과 최 씨를 공모 관계로 몰기 위해 이에 들어맞지 않는 내용은 감추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녹음 파일 분석 결과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면 헌재에 추가 증인 신문과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재판부에 녹음 파일 분석을 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탄핵심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로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재판관이 7명으로 줄면 단 두 명의 재판관만 반대해도 탄핵청구가 기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헌재에 제출한 녹음 파일과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 측이 기대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00여 개 녹음 파일 대부분은 김 대표가 영어회화 자료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내용은 녹취록을 만든 29건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녹취록에 나오는 고 씨의 구상이 현실화가 안돼 문제 삼을 만한 게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문이나 녹음 파일 분석 시간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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