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기자
그러나 시민 다수가 인도에서 아스팔트로 내려서면서 재확인하고 서로 공유했을 분노는 언론이 떠들든 말든,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 말든 다시 삼켜질 수도, 없었던 게 될 수도 없다. 이 점은 촛불집회 참여자나 태극기집회 참여자나 마찬가지다. 이번 시리즈 중 전상진 서강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불만이 누적됐다는 데는 좌우가 따로 없다.
취재 결과 학계의 고민은 깊었다. 학자들은 망설이면서도 고뇌 속에 키워 온 대안을 제시했다. ‘다당제와 의회중심주의’(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건 ‘청년의 정치세력화’(신경아 한림대 교수)건 ‘다중(多衆·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의 요구 해결’(임혁백 고려대 교수)이건 결론은 같았다.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 제도의 대표성, 청년·여성·노인 문제, 세대 갈등, 양극화된 이데올로기 대립 등을 해결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4·19혁명 이후 5·16군사정변이 일어났고, 6월 민주항쟁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12·12사태의 주역이 당선됐다. 역사의 두 얼굴을 이해할 만한 경륜을 기자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취재 중 만난 한 교수는 “시민들의 행동에 따른 정치적 성과를 의도치 않은 세력이 가져가는 ‘하이재킹’(납치)을 우려한다”면서 “정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사실 기성 거대 정당들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 섞인 전망을 내놨다. 대한민국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