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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동 재기의 점프

입력 | 2017-02-13 03:00:00

3월 피겨세계선수권 출전 김진서
톱10 들면 한국 평창티켓 2장
잇단 부상으로 시도 꺼렸던 쿼드러플 점프 성공해 자신감… “차준환에 연기력은 앞선다”




최근 자신의 공식대회 첫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성공한 김진서가 16일부터 개최되는 국제빙상경기연맹 강릉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서울태릉빙상장에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훈련을 하고 있는 김진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선 돌아온 ‘피겨 신동’ 김진서(21·한국체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진서가 국가별 쿼터가 정해지는 3월 핀란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0장의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권 중 24장이 배정되는 세계선수권에서 김진서가 2위 안에 들면 한국은 3장의 출전권을, 10위 안에 들면 2장의 출전권을 획득한다. ‘특급 유망주’ 차준환(16·휘문중)은 아직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출전할 수 없다.

최근 부상으로 주춤했던 김진서는 평창 올림픽 1년여를 앞두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김진서는 1월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종합선수권에서 자신의 공식대회 첫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성공시켰다. 김진서는 쿼드러플 토루프(기본 점수 10.3점)를 성공시키며 2위를 차지했다. 쿼드러플 토루프는 트리플 토루프(기본 점수 4.3점)보다 6점이 높다. 김진서는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짜릿했다. 큰 산을 이제야 한 개 넘었다”며 활짝 웃었다. 평창 올림픽 피겨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부활을 알린 그는 “올림픽을 향한 본격적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김진서는 16일부터 열리는 ISU 강릉 4대륙선수권과 19일 개막하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쿼드러플 점프 등을 가다듬은 뒤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티켓 획득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김진서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한층 더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가진 기술을 모두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08년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김진서는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면서 신동으로 불렸다. 또래 선수들보다 늦게 피겨를 시작한 그는 정상을 지키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했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고난도 점프를 성공시키겠다는 욕심은 화근이 됐다. 근력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고 부상을 피하는 요령(착지 방법)도 부족했던 그는 연이은 부상 탓에 고득점에 필수인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잊혀진 신동이 됐다.

차준환의 등장은 재도약을 꿈꾸는 김진서에게 자극이 됐다. 이번 시즌 주니어 무대에 나서고 있는 차준환은 기본 점수가 10.5점인 쿼드러플 살코를 뛸 수 있다. 김진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후배가 기특하면서도 자극이 됐다”면서 “기술은 차준환이 우위에 있지만 연기력은 내가 밀릴 것이 없다고 본다”며 훈련에 매진했다. 부상 치료에 집중했던 김진서는 몸 상태가 회복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해 쿼드러플 점프를 완성했다.

김진서는 2011 종합선수권 주니어 부문 우승을 시작으로 2012, 2014 종합선수권 시니어 부문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그는 2013, 2014 ISU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26위, 16위에 그쳤다. 국제 무대 경쟁력에 반드시 필요한 쿼드러플 점프를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