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게 과세 원칙이다. ‘모든 세금은 돈 버는 주체가 직접 신고하고 납부한다’는 건 또 다른 원칙이다. 그런데 월급쟁이들은 예외다. 회사가 다달이 세금을 떼어 국세청에 대신 내준다. ‘원천징수’라는 것이다. ‘일일이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대리납부 명분은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납세자가 직접 내지 않기는 이자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다.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작년에 31조 원으로 사상 처음 30조 원을 넘었다. 재작년보다 3조9000억 원(14.6%) 더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세액보다 1조8000억 원(6.2%) 더 많았다. ‘내가 낸 세금이 그렇게 많단 말이야’라며 놀라는 직장인들에게 “명목임금이 올랐고 취업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란 정부 설명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생필품 물가는 다락같이 뛰어올랐지만 ‘오르지 않는 건 월급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이 팍팍한 게 현실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