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따끔한 일침이 쏟아졌다. ‘지하철 화재 사고’ 기사에 쓴 사진이 문제였다. 사고 현장에 있던 승객 A 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었다.
기사가 나가기 전 A 씨의 SNS에 “사진을 사용해도 되나요”라는 글을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온라인에 쓰는 속보성 기사라 급한 마음에 일단 기사부터 내보냈다. “기사에 써도 되지만 (이미지 출처로) 제 계정을 꼭 적어주세요”라는 답변을 본 건 기사가 나간 이후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번호를 남기고 연락을 기다렸다. 정중히 사과했지만 A 씨는 “사진을 기사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부끄러운 ‘불펌(사용 허락을 받지 않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퍼오는 행위)’의 기억이다.
불펌은 이미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SNS에 게시된 콘텐츠 중엔 출처가 명확히 표시된 것이 드물다. 불펌이 거듭될수록 출처는 희석된다.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최근 논란이 된 인천 부평경찰서의 ‘테러 예방 포스터’도 불펌으로 만들졌다. 이 포스터엔 ‘STOP! 테러’라는 글귀 위에 네 번째 손가락이 짧은 손바닥 그림이 붙어있다. 독립을 염원하며 단지(斷指·손가락 일부를 자른)한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다. 온라인에 포스터 사진이 퍼지자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부평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시민들에게 “테러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멈춤을 의미하는 손바닥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다가 세심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일부 누리꾼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워터마크를 찍고, ‘무료 이미지’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주소를 서로 공유한다. ‘온라인 진실게임’을 치르면서 느끼는 피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이다. 모두 불펌의 역설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