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13차 변론]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돌출행동 방청객 “심판정을 정치판 만드나” 이동흡 변호사, 朴대통령 첫 변론 “파면할 정도의 범법행위 안해” 강일원 주심 “이제야 형사재판 아닌 헌법재판 같은 모습이 나온다”
“여기서 이러시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가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가지고 들어간 태극기를 펼쳐 보이자 헌재 직원이 말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 변호사는 20초가량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뒤 태극기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 ‘탄핵을 탄핵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날 아침 헌재 정문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하다 심판정에 들어온 일부 방청객들은 “서 변호사님이 진짜 애국자십니다”라고 소리쳤다.
○ “법률가가 심판정을 정치판으로 만드나”
이동흡 前재판관, 대통령측 대리인단 합류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에 나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4일 탄핵심판 심리를 마치며 “심판정 안팎에서 헌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여러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한다”며 “심판정 주변의 고성과 소음으로 심리 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서 변호사를 향해 경고를 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탄핵소추 사유와 무관하거나 지엽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재판관들로부터 여러 번 지적을 받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이 검찰 조서에 나오는 내용을 똑같이 물어보자 “왜 이미 다 아는 수사기록을 또다시 확인하느냐” “왜 자꾸 대통령 측에 불리한 내용을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라고 질타했다. 이 권한대행은 서 변호사가 증인으로 불출석한 고영태 씨(41·전 더블루케이 이사)를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며 장황하게 주장을 늘어놓자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한다”며 제지했다.
○ “이제야 헌법재판 같은 모습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처음 출석한 이 변호사는 국정 농단 사건이 박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는 내용의 변론을 폈다.
검찰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을 뇌물이 아닌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주변의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을 미리 통제하지 못한 잘못은 나무라야겠지만 조금은 따뜻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변론을 맺었다.
주심인 강 재판관은 그동안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 “이 변호사가 변론하시니 이제야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 같은 모습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2013년 1월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돼 사퇴했다.
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