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13차 변론]헌재, 고영태 녹취록 29건 증거채택 “대통령측 필요한 부분만 신청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고영태 씨(41·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육성이 포함된 녹음 파일 약 2400개를 심판정에서 재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14일 재판부에 신청했다.
앞서 검찰이 이 녹음 파일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내용을 선별해 만든 녹취록 29건이 이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에 의해 헌재에 제출돼 증거로 채택되자, 박 대통령 측은 아예 해당 녹취록의 출처인 녹음 파일 전체를 직접 들어보자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녹취록으로 만들지 않은 나머지 녹음 파일에 고 씨 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를 상대로 불순한 음모를 꾸민 정황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의 녹음 파일 재생 요구에 대해 국회 소추위원단은 “녹음 파일 대부분이 사적인 내용이라 검찰이 작성한 녹취록 29건으로 충분하다”며 “방대한 양의 녹음 파일을 심판정에서 일일이 들으면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박 대통령 측은 녹음파일의 세부 내용을 공개해 고 씨 등이 ‘비선 실세’ 최 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에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고 씨 일당의 이 같은 전횡을 알지 못한 채 순수한 의도로 문화융성 사업을 지원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또 “녹음 파일 중에는 지난해 2월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과 나눈 대화가 있는데, 고 씨 등이 ‘예상’이라는 회사를 통해 대기업에서 출연받은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과장이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아 더블루케이와 ‘예상’으로 내려보내자”라고 한 발언도 담겨 있다고 박 대통령 측은 설명했다. ‘예상’은 고 씨의 측근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