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살]누가? 왜? 암살했나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김정남(오른쪽)이 어린 시절이던 1981년 평양에서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① 김정은 지시?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김정남(오른쪽)이 어린 시절이던 1981년 평양에서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김정남(오른쪽)이 어린 시절이던 1981년 평양에서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잇따른 공포정치 여파로 ‘더 이상 김정은으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가진 세력이 김정남과 접촉해 반역을 꾀했다가 적발됐을 수도 있다. 재일동포 일가로 무용수 출신인 자신의 모친(고영희)과 달리 김정남의 모친 성혜림이 출신성분이 더 낫다는 점은 ‘백두혈통’을 내세워야 하는 김정은이 늘 열등감을 갖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② 국가보위성 충성 작전?
김정은이 지난달 간첩 적발, 반역 시도 제거가 주업무인 국가보위성을 상대로 검열에 나선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원홍 국가보위상은 지난달 대장에서 소장으로 3계단 강등된 뒤 직위에서 해임됐다. 정보기관 총책임자이자 김정은의 핵심 보좌역인 보위상을 숙청한 것은 ‘제 역할’을 못한 문책이자 최측근도 언제든 제거된다는 공포정치의 재개로 해석됐다.
이번 피살은 북한 당국이 2013년 4월 평양 주재 외국공관에 철수하라고 요구한 행동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그해 2월 핵실험을 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4월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외교관 철수를 요구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12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이어 김정남 암살을 자행함으로써 갓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반도 상황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가겠다는 셈법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남 피살사건은 앞으로 정치·외교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김정남의 신변 보호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의 미묘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김정은 유고 시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한 ‘대타요원’으로 김정남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학교를 다닌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③ 왜 수교국가 공항에서?
또 지난해 북한은 수차례 외교 고위급 인사를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에 파견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번 피살은 이런 모욕에 대한 보복이자 잇달아 대북제재에 동참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항의표시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수교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암살을 자행함으로써 동남아 국가들과 북한의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주대낮에 일어난 민간인 독살이 북한 당국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미 유엔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권 관련 대북제재’도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