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아이돌의 마지막 ‘팬 송’… 다빈치 코드 같은 ‘공식’ 있었네
아이오아이의 ‘소나기’(1월 18일), 2NE1의 ‘안녕’(1월 21일), 원더걸스의 ‘그려줘’(2월 10일·이상 발매일)….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고별 노래들을 들으며 눈물짓던 에이전트 7은 불현듯 다빈치 코드처럼 이들 사이에 놓인 어마어마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말았다. 바로 계절과 날씨. 이른바 팬 송(fan song·가수가 팬에게 바치는 노래) 역사를 관통하는 우주적 기운을 감지한 7은 늘 그렇듯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 아이오아이는 ‘금방 지나갈 소나기’, 2NE1은 ‘봄은 다시 와. 알잖아’
“계절과 날씨는 순환하는 특성을 지녔죠. ‘이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한시적이다. 언젠가 다시 활동할 날이 올 것’이란 메시지를 주기에 딱 좋은 소재들이에요. 최근 젝스키스, S.E.S. 등 옛 아이돌 그룹의 재결성이 잇따랐던 것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봅니다.”
재결합한 god와 젝스키스가 팬덤을 재결집하는 데 기존 곡 ‘하늘색 풍선’ ‘사랑하는 너에게’와 함께 새로 녹음한 ‘보통날’(original ver.) ‘세 단어’가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도 갈수록 높아지는 팬 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 팬 송 시초는 서태지와 아이들
가요사에서 팬 송이 등장한 때를 전문가들은 1993년으로 본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로 인기를 얻은 2집에 ‘우리들만의 추억’을 담았다. 노랫말에서 ‘소리쳐주던/예쁘게 웃었던/아름다운 너희들의 모습이 좋았어’라고 말을 건네는 대상은 다수의 국민이 아니었다. 타깃은 명확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덤이었다.
‘우리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땐 그 곁에는 아무도 있어주질 않았어/다만 우리가 견딜 수 있던 건 너희들의 크나큰 사랑이었어’라고 팬덤의 응원에 감사한 뒤 ‘마음을 서로 합하면 모두 해낼 수 있어’라고 독려했다. 1993, 94년은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을 통해 스타 팬클럽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확산된 시기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도 이런 의견을 냈다.
“H.O.T., 젝스키스, god 같은 1세대 아이돌에서 팬 송은 더 직접적인 노랫말과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노랫말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더해지고 있어요. 재계약 문제, 소속사 내부 사정 등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상황들을 ‘우리 함께’ ‘영원히’ ‘꿈’ 같은 키워드로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