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스포츠부 차장
10여 년이 지난 요즘 스포츠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승부 조작 은폐 사건이 한 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NC 고위 관계자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성민(현 롯데)의 승부 조작 사실을 숨긴 채 이성민을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해 10억 원을 받은 혐의다. 구단이 주체적으로 승부 조작에 관여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NC 구단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팬들과 언론의 비난이 빗발쳤고, 구단은 고스란히 이를 감내해야 했다.
지난해 전창진 전 프로농구 KGC 감독 역시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았으나 1년여 만에 무혐의 처리됐다. 횡령 및 후배들에 대한 강제 노역 혐의를 받았던 ‘한국 썰매의 전설’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도 검찰 조사 결과 누명을 벗었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스포츠 4대 악 척결’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경찰과 검찰은 경쟁적으로 스포츠 악 색출에 뛰어들었다. 승부 조작 사건은 그중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다.
무혐의 처분을 받기 며칠 전 NC의 한 관계자는 “정말 잘못이 없는데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사에 연루된 NC 구단 및 관계자의 명예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뒤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인터넷에는 여전히 “구단이 검찰까지 속였다”는 말이 사실처럼 떠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범죄자로 잘못 알려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헌재·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