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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나의 리더십을 바꾸려면

입력 | 2017-02-15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안 되는 게 사람과 세포 가르치는 일이에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하지, 배운 대로 절대 안 해요….”

198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를 성공시킨 문신용 전 서울대 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2013년 은퇴하면서 한 언론과 인터뷰할 때 했던 이야기다. 전 세계 리더십 교육 방법론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코칭을 개발한 리더십 사상가 마셜 골드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을 굳이 애써서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서로에게 시간 낭비다.”

사람이 변화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거나 혹은 변화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손해라고 느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좀처럼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다. 조직에서는 강의, 트레이닝,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수많은 리더십 교육이 벌어진다. 업무를 하는 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술, 지식, 안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리더십이니 소통이니 하는 교육을 필수로 시키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회사는 엉뚱한 데 돈 낭비하고, 억지로 끌려 들어온 직원 입장에서는 시간 손해이자 교육에 대한 반감만 높아지며, 듣고 싶어 하는 직원들에게는 방해만 될 뿐이다. 누구도 얻을 게 없다. 기본적으로 조직에서 교육은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맞다.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놓고, 원하는 사람은 들을 수 있게. 그랬을 때 작게라도 변화가 시작되고, 확산될 수 있다. 사실 본인 스스로 원한다고 해도, 변화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수십 년째 살을 빼고 싶어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성 리더십’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결국 리더십 강사나 이론이 정해준 것 말고 스스로 되고 싶은 리더의 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를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다. 나의 리더십을 개선하고 싶다면 리더십에 대한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기 전에 예전 내 상사 중에 내가 존중할 만했던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떠올려 보자. 역사 속 인물도 좋지만 가능하면 내가 직접 경험했던 선배, 교사, 상사들 중에 찾아보자. 왜 나는 그들의 리더십 스타일을 좋아했을까.

의사 결정이 빨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소통이 민주적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괜한 야근을 시키지 않아서 좋았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비자 인터내셔널의 창립자인 디 호크는 리더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당신에게 했던 것 중 제일 싫었던 것의 리스트를 만들어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것을 절대 하지 마라. 누군가 당신에게 했던 것 중 당신이 좋아했던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라. 그리고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늘 그것을 하라.”

이처럼 내가 경험했던 다른 사람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나만의 리더십 리스트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제 그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1년 동안 변화하고 싶은 것이 눈에 띄는지 살펴보자. 그중에 하나만 고르자. 리더십이란 나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것인데, 1년에 하나만 변화시키기도 힘들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금연자들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담배를 끊은 사람들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했다고 선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스스로 금연에 대한 의지를 더 강화해 나간다. 마셜 골드스미스 역시 똑같은 이치를 활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리더십 변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예를 들어 “2017년 나는 더 잘 듣는 리더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그리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상사, 동료, 부하 직원들과 나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들에게 더 잘 듣는 리더가 될 수 있는지 묻는다. 리더십을 개선해 나간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일단 본인이 원해야 하고, 방향이 뚜렷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을 개입시켜야 가능하다.

나는 리더십과 관련해 별로 원하는 변화가 없다고? 그럼 고민할 필요 없다. 그대로 살면 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미 좋은 리더이거나 아니면 변화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거나.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