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산업부 기자
요즘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이런 질문에 굉장히 난감해한다. 맞아도 맞다 할 수 없고, 실제로 애매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롯데상사 소유의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낙점되면서부터다.
일례로 롯데그룹이 중국 선양(瀋陽)에 짓고 있는 복합쇼핑몰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3조 원을 쏟아부어 선양에 잠실 롯데월드 모델을 옮겨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말 사드 때문일까.
피해는 없어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중국 롯데 상황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선양에서 잡아낸 미비점은 옛날 일을 끄집어낸 것이다. 보완하면 될 일이긴 하다. 실질적 피해는 없으니 보복은 아니고, 사드 ‘경고’가 맞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진짜 ‘보복’이다. 이달 말 롯데상사 이사회가 사드 부지 제공을 최종 승인하면 보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다. 롯데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양 공사는 재개할 수 있을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눈치는 보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의 롯데 관계자는 “연일 사드 뉴스가 나오니 현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성주골프장은 시행사가 어려워져 시공사인 롯데 측이 떠안게 된 골프장이다. 한 관계자는 “악연 중의 악연”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사드 부지로 낙점돼 중국 사업이 위기에 내몰렸다고 억울해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태도가 서럽다는 말이 나온다. 국가 안보를 위해 당연히 감수할 건 감수하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에 정부가 너무 무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롯데 하나에 국한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롯데의 유통 사업장에는 한국 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사업장 하나가 문을 닫으면 한국 중소기업에도 연쇄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롯데가 중국에 짓고 있는 쇼핑몰에 입점해 달라고 한국 패션 화장품 식품 회사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는데,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사드 리스크’였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