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병원출입 엄격 통제… 공항 직원도 “경찰에 물어라” 함구
15일 오후 1시 30분(이하 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 부검센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북한대사관이 말레이시아 당국에 시신 인도를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가운데 현지 경찰은 병원 건물 밖에서부터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병원 앞에는 각국의 취재기자 100여 명이 몰렸지만 무장경찰 10여 명이 병원 건물을 지키며 “미디어는 안 된다”며 출입을 막았다.
앞서 김정남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푸트라자야 병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푸트라자야 병원은 피살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가깝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부검을 위해 더 큰 병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울타리 안쪽 건물 현관 앞에는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단 남성들이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한 남성은 현관 앞을 서성대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기도 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의 눈을 피해 본보 기자가 담벼락 너머로 “북한 사람인가. 왜 여기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멈칫하며 자기들끼리 눈치를 보다 영어로 “아이 돈트 노(모른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분위기는 이틀 전 독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다. 공항 키오스크 주변은 발권하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고 관광객을 위한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다. 공항 이용객인 말레이시아인 만프릿 사인 벳 씨(35)는 “북한 테러리스트가 이곳에서 살인을 했다니 믿을 수 없다. 왜 말레이시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공항 관계자들은 함구령이 내려진 듯 해당 사건을 묻는 취재진에 “경찰을 통하라”며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직원은 기자들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이자 “입을 열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 홍보 담당자인 샤흐린 라힘 씨는 “공항에서 이용객이 아프거나 쓰러지는 일이 흔하다. 이용객이 쓰러져서 병원에 보냈을 뿐”이라며 “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