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60년대 부산에서 운행했던 전차(1927년 미국 제작).
당시 부산 지역 한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이를 통하여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고 신체를 고무하고 병을 치유하거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활동의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면 동래온천이 조선의 개발에 많은 공헌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주 이용객은 일본인이었고 전차 운행은 식민 통치의 일환이었다.
전차를 개통한 조선가스전기주식회사는 1916년 동래온천에 욕장을 개설했다. 1918년 12월부터는 부산과 동래온천을 하루 5회 왕복하는 자동차도 운행했다. 동래온천은 변화를 거듭했다. 길들이 정비됐고 여관, 카페, 선물가게, 요릿집이 속속 문을 열었다. 동래온천은 이렇게 1920년대 한국 최고의 온천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도 많이 늘었다. 1927년엔 온천거리 초입까지 전차노선이 확장되었다. 그 종점은 온천장(溫泉場)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부산 전차는 단 한 대. 옛 정거장 자리였던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전시 중이다. 이 전차는 1927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제작해 애틀랜타에서 운행되다 1952년 미국의 원조기구를 통해 이 땅에 들어왔다. 중고 전차를 기증받았던 것이다.
전차는 사라졌지만 동래온천의 인기는 여전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온천장 일대는 늘 붐볐다. 주말 저녁시간엔 욕장이 가득 차 사람을 돌려보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찾는 사람이 급속히 줄었다.
부산 영도구가 옛 전차 종점에 ‘노면전차 문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영도뿐만 아니라 동래 온천장의 전차 문화까지 기억했으면 좋겠다. 부산의 전차는 동래온천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