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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유재영]승마대회의 실종

입력 | 2017-02-16 03:00:00


유재영 기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회장과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승마협회의 사무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올해 국내 승마 대회가 제대로 열릴지 의문이다.

대한승마협회 홈페이지에서는 지난해 11월 16일 제52회 전국승마대회 관련 안내가 마지막 대회 관련 소식이다. 2017년 열릴 대회 계획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예년 같으면 1월이나 2월 초에 연간·월별 국내 대회 계획이 상세하게 공개됐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매년 3월 말에 열리던 춘계전국승마대회의 개최 여부부터 불투명하다. 승마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한 방송사가 연간 승마 중계방송 스케줄을 잡기 위해 대한승마협회에 1년 대회 일정을 알려 달라고 했지만 답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며 “어쩌면 상반기에 대회가 열리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 해 동안 치러지는 엘리트 승마대회는 10여 개에 이른다. 춘계 추계 전국대회를 비롯해 한국마사회(KRA)컵 전국대회, 정기룡 장군배, 이용문 장군배, 대통령기 전국대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전국학생승마선수권대회, 전국체육대회, 회장배 전국승마대회 등이 3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되어 왔다. 유소년, 학생, 대학, 실업 선수들이 모두 나서는 비중 있는 대회다. 이 대회 성적이 다음 해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매년 4월에는 한국과 일본의 교류전도 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건 선수들에게 직격탄이 된다. 승마에서는 말의 컨디션이 경기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리 일정이 나와야 선수들이 말과 함께 경기에 대비할 수 있다. 여름 혹서기를 앞둔 6월에서 7월 중순까지는 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라 보통 큰 대회가 없다. 만일 상반기에 대회가 없다면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 전직 지방 승마협회 회장 A 씨는 “겨울에는 땅이 딱딱해 말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 이 때문에 3월 첫 대회부터 출전해 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감각을 쌓아 가야 1년을 버티고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회 출전 비중이 많은 초중고교 학생 유망주들은 걱정이 더 크다. 이들 중 일부는 겨울 동안 해외 훈련을 하면서까지 국내 대회를 준비해 왔다. 특히 고3 학생들은 8월 무렵에 한 해 농사가 끝난다. 9월부터는 대입 체육특기자 수시 전형 모집이 있기 때문에 대회 참가가 어렵다. 상반기에 대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실적이 없어 입시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한승마협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승마 대회는 열려야 한다는 게 승마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7일 열리는 대한승마협회 이사회와 이로부터 10일 내에 열릴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올해 국내 대회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정유라 한 명 때문에 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인 선수들까지 고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