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숙명여대]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이 13일 집무실 앞에 걸려 있는 고종 황제와 순헌황귀비 사진을 가리키며 숙명여대는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한 민족 여성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시대 흐름을 주도하는 젠더 교육
강 총장은 ‘젠더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든다고 했다. 한국어로 풀면 ‘양성 혁신 기구’쯤 되는 조직이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 차이로 인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연구기관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손의 크기는 작지만 훨씬 민감한 여성에겐 조금 더 작고 진동이 약한 스마트폰이 더 적합하다는 점을 연구개발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공학 분야와 식품영양학 그리고 생명과학을 결합시켜 맞춤형 제조식품을 업체에 제안하는 등의 구상도 있다.
강 총장은 체육활동을 강조하는 중이다. 여성이 왕성하게 활동하려면 체력이 기본인데 대학 입학 전까지 거의 모든 학생이 체육활동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Big Walk’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학생이 100m를 걸을 때마다 3원씩 적립한 뒤 용산복지재단에 기부해 어려운 형편의 고교생 식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운동량과 연결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 생각도 있다.
학생처, 입학처 같은 대학 기구는 다들 갖추고 있지만 강 총장은 독특하게 ‘경력개발처’를 신설할 계획이다. 진로를 찾아줄 뿐 아니라 취업이나 창업 지원 외에 졸업 후까지 학생이 필요한 경력을 쌓도록 도와주는 기구다. 대학의 힘은 동문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졸업생을 위한 지원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강 총장 생각이다.
○ 울타리 넘어 지역사회와의 융합
그는 학교의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며 “학교 담장을 넘고 있다”는 말을 꺼냈다. 학교가 자리 잡은 용산구와 협력해 학교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취임식 때 화환 대신 기부받은 쌀 1300kg을 용산구에 전달한 것이 시작이다.
구체적으로는 용산구의 이봉창 의사 기념관 건립 사업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에 함께할 방침이다. 지역사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면서 독립유공자와 6·25 참전용사를 배출한 강 총장 시댁과 본가 가풍의 영향이 있어 보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회교육원을 운영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숙명여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기업과 손잡고 산학연 협력 체제를 만들어 실질적인 수익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학교의 교육 및 취업 창업 역량을 군 장병에게 제공해주고 군 당국의 체력 단련 시스템을 숙명여대 학생이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육군 9사단, 50사단과 협력 체제를 마련했다.
강 총장은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일은 우리 학교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가치”라며 “용산구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서울시, 더 나아가 베트남 중국 등으로 협력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21세기 숙명 르네상스를 향해
대한제국 황실이 세운 민족여성사학으로 법인 재산이 공공재 성격이라 이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강 총장은 “이 법인 교수 직원 동문 모두가 한마음으로 숙명이라는 브랜드가 우리 사회에서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육아휴직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남편이 사용하는 사례는 아직 극소수고 대부분 여성이 사용하면서 경력단절 문제가 생겨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실력 있는 여성 인재를 많이 배출해야 이런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총장은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숙명’이라는 뜻에서 ‘원더풀’이라는 구호를 많이 쓰고 있다”며 “임기를 마쳤을 때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원더풀 총장’이라는 칭찬과 숙명의 르네상스를 확실하게 열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