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석 9단 ● 알파고 9단 2국 2보(18∼27)
알파고가 바둑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나쁜 수’로 낙인찍혔던 수를 서슴없이 구사해 바둑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흑 19의 삼삼 침입은 ‘경악’ 수준이다. “초반 삼삼 침입은 좋지 않다”는 것은 초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얘기다. 하지만 이 수가 유력하다고 입증되면 바둑 이론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김지석 9단도 흑 19를 보고 당황했을 것이다. 커제 박정환 9단을 이긴 고수가 이런 수를 둬오니 말이다. 하지만 제한 시간 1분에 초읽기 30초 5회인 초속기 바둑에서 이 수의 의미를 음미할 여유가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