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발대식 후 긴급좌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최종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외교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복안도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김정남 피살 등 북한 변수로 안보 문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자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던 지금까지 발언에서 한발 나아간 언급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그의 ‘복안’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세론’을 강조하는 대선 선두 주자인 만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해결할 테니 알 것 없다는 태도로 읽힌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배치 전에 러시아나 중국 측과 외교 망을 통해 협의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의 복안이 그런 수준이라면 한시가 급한 사드 배치를 굳이 차기 정부로 넘길 이유가 될 수 없다. 어떤 외교 능력도 보인 바 없는 문 전 대표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두 나라와 외교망을 통해 협의한다고 해서 찬성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국민아그레망’에 포진한 20여 명의 전직 외교관 중에는 노무현 정권 시절 ‘동북아 균형자론’ 등으로 한미동맹을 흔들었던 인사도 참여하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을 더 키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한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386운동권 같은 시각이라는 발언도 나오는 판국이다. 김종필 전 자민련 대표는 “기가 막힌다”며 “정신이 올바르게 박힌 사람인가”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처리를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는 문 전 대표의 태도와 관련해선 보수 시민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고발을 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야만적 통치가 광기를 더해가는 지금, 대선 주자들의 안보 인식은 대선 판도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다. 문 전 대표는 왜 30%대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워싱턴 외교가에선 왜 ‘노무현 2.0’으로 부르며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문 전 대표 자신부터 이념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