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기일에서 “그동안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파악된 만큼 22일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겠다”며 24일 최종 변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23일까지 국회 소추인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 입장을 문서로 제출하라는 주문이다. 최종 변론 이후 2주 정도의 결정문 작성 시간을 감안하면 탄핵심판 결정은 이 권한대행의 퇴임 예정일인 3월 13일 이전에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이 권한대행이 최종 변론 날짜를 못 박음으로써 정치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국회의 탄핵 소추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 오늘로 71일이다. 박 대통령 측이 이번 주 요청한 증인 8명 중 출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어제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 요청을 유지하겠다며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반발했으나 ‘지연작전’은 더는 용납되기 어렵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보호무역 확산으로 인한 경제 악화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국정 공백 사태가 더 길어져선 안 된다.
청와대가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헌재의 일정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대통령이 최후변론에 직접 출석해 당당히 소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종 변론일에 직접 출석해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예를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
박 대통령 탄핵 여부 못지않게 그 이후 상황도 중요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내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목숨을 걸기 바란다. 헌재 심판 이후 정치권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