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암살범 정체는]현지 수사당국 암살 배후 추적
그래픽=김성훈, 서장원 기자
○ 어설픈 여성 용의자
16일 현지 언론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6명의 일당이 공모해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들이 각기 다른 호텔에 머무르다 범행 전날 같은 호텔에 함께 투숙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 범행이 모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흐엉은 범행 뒤 공항 택시 정류장으로 급히 달아났다. 당시 흐엉은 왼손에 검은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가 범행 당시 장갑을 끼고 있었다는 점은 자신이 독극물을 만진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흐엉이 택시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포착된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는 장갑이 없었다. 도주 중 장갑을 버린 것이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장갑을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이들 일당은 김정남이 6일 말레이시아 입국 뒤 13일 마카오로 출국하려고 하기까지의 일정과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성들이 체포된 과정은 너무 어설프다. 이들은 도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체포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북한이 ‘외국용병’을 매수해 사주한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요인을 살해한 것은 이례적이다.
○ 배후 숨기려 청부살인 가능성
북한이 해외 테러리스트를 고용해 테러를 저지른 전례는 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당시 북한은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아부 니달’ 조직원을 서울에 보내 김포공항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5명을 사망케 했다. 이때 북한은 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성 용의자들은 훈련된 조직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현지 중문지 둥팡일보는 현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테러에 연관된 6명은 김정남 암살을 청부받고 임시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특정 국가 정보기관 소속의 공작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 암살단이 임무가 없을 때에는 일반인처럼 생활하다가 일단 지령을 받으면 암살자로 활성화된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김정남 살해 모의를 계획하고 의뢰한 막후 집단, 또는 지시 국가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까지 배후를 특정하지는 않고 있다.
일부 탈북민은 김정남을 살해한 방식이 북한의 공개처형을 모방해 섬뜩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북한에선 죄수를 공개처형할 때 눈을 가리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죽인다. 김정남의 경우도 조용한 장소에서 독침을 찌르는 대신 굳이 사람이 많은 국제공항을 택했고, 헝겊으로 얼굴을 덮고 죽였다면 북한의 공개처형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 5초 만에 끝난 테러
주성하 zsh75@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