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암살범 정체는]택시 잡고 10분뒤 호텔 로비에 CCTV 의식 않고 곰인형 들고 와 “나만 남겨두고 일행 사라졌다”… 수사 혼선 노린 ‘미끼’ 의구심
일본의 민영방송 TBS는 15일 밤 한 호텔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이 여성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는 13일 오전 9시 26분경 공항 택시 승차장에 서 있는 모습이 공항 CCTV에 찍힌 데 이어 10분 뒤인 오전 9시 36분경 이 호텔 로비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다시 등장했다.
작은 핑크색 여행가방을 끌고 혼자 로비로 들어선 이 여성은 ‘LOL’(폭소) 티셔츠를 입은 공항에서의 차림새 그대로였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웃기도 하는 등 움직임은 들떠 보였고 CCTV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호텔 측은 이 여성이 410호실에 들어가 3일간 머물렀고 다른 일행은 없었다고 TBS에 밝혔다. 호텔 종업원은 “(이 여성이) 영어를 무척 잘하고 예뻤다. 내 눈에는 ‘한류 스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TBS는 그가 범행 직전 머리를 자르는 등 보안에 신경 쓴 흔적도 확인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호텔에 오기 전날 묵은 호텔 방에서 머리를 자른 뒤 제대로 치우지 않고 13일 오전 8시경 체크아웃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에 나타난 이 여성은 조심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텔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도 무방비 상태로 CCTV에 찍혔다. 이 여성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일행이 나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사를 혼동시키는 데 이용된 ‘미끼’ 같은 존재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