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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이라기엔 너무 어설픈 ‘LOL 킬러’

입력 | 2017-02-17 03:00:00

[김정남 피살/암살범 정체는]택시 잡고 10분뒤 호텔 로비에 CCTV 의식 않고 곰인형 들고 와
“나만 남겨두고 일행 사라졌다”… 수사 혼선 노린 ‘미끼’ 의구심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가장 먼저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자칭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의 범행 직후 모습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민영방송 TBS는 15일 밤 한 호텔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이 여성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는 13일 오전 9시 26분경 공항 택시 승차장에 서 있는 모습이 공항 CCTV에 찍힌 데 이어 10분 뒤인 오전 9시 36분경 이 호텔 로비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다시 등장했다.

작은 핑크색 여행가방을 끌고 혼자 로비로 들어선 이 여성은 ‘LOL’(폭소) 티셔츠를 입은 공항에서의 차림새 그대로였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웃기도 하는 등 움직임은 들떠 보였고 CCTV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어 CCTV 영상에는 오전 10시 조금 넘어 그가 밖에서 쇼핑봉투와 사람만큼 큰 곰 인형을 안고 로비로 돌아오는 장면이 잡혔다. 그는 곰 인형을 로비의 소파에 앉힌 뒤 프런트로 다가가 “곰 인형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TBS는 여성이 전에 묵던 호텔로 돌아가 짐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체크인을 담당한 직원은 “여권을 체크하면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고, 그 뒤 배가 아파졌다”고 16일 TBS에 증언했다.

호텔 측은 이 여성이 410호실에 들어가 3일간 머물렀고 다른 일행은 없었다고 TBS에 밝혔다. 호텔 종업원은 “(이 여성이) 영어를 무척 잘하고 예뻤다. 내 눈에는 ‘한류 스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TBS는 그가 범행 직전 머리를 자르는 등 보안에 신경 쓴 흔적도 확인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호텔에 오기 전날 묵은 호텔 방에서 머리를 자른 뒤 제대로 치우지 않고 13일 오전 8시경 체크아웃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에 나타난 이 여성은 조심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텔은 물론이고 공항에서도 무방비 상태로 CCTV에 찍혔다. 이 여성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일행이 나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사를 혼동시키는 데 이용된 ‘미끼’ 같은 존재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이유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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