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마지막 행적]페이스북 친구 등 지인들 증언
김정남 페이스북 ‘당근 든 다람쥐’ 사진 김정남이 2015년 11월 16일 마지막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임시 프로필 사진. 페이스북 캡처
동아일보 취재팀은 김정남이 생전 교류했던 사람들을 접촉해 그의 행적과 심리 상태를 들어봤다.
○ “주로 혼자서 동남아 여행”
김정남이 동남아 등지에서 수행원과 다니지 않았다는 점은 수년 전 싱가포르에서 그를 목격한 사람의 증언(본보 16일자 A4면 참조)과도 일치한다. 김정남은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마카오에 주로 거주하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살았다. A 씨는 “김정남은 싱가포르에 올 때마다 최소한 며칠, 길게는 2주 동안 머물렀다”면서 “싱가포르 방문지가 어디인지 말하지 않았으며 그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이처럼 홀로 동남아 국가를 오간 것은 자신의 동선이 노출되는 걸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001년 김정남이 위조 여권을 갖고 사람들과 무리지어 일본을 방문했다가 발각돼 후계자에서 멀어진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 떠돌이 생활에 외로움 느꼈나
김정남은 처음 보거나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테러 위협 속에 홀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 탓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싱가포르에 사는 교포 B 씨는 2014년 현지 도심에 위치한 고급 재즈바를 찾았다가 김정남을 만났다. B 씨는 처음에 김정남이 누군지 몰랐다. 한 종업원이 “핵무기 만드는 북한의 김정일 아들”이라며 그에게 김정남을 소개했다. 김정남은 종업원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등 별다른 거부감 없이 B 씨와 인사를 나눴다. 김정남은 이전에도 싱가포르의 한 술집에서 여성 종업원들과 술에 취한 채 대화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여러 목격담을 종합하면 김정남의 성격과 행동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김정남이 자신의 외향적인 성격을 억지로 숨기며 살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은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자 다니면서 외로움이 커졌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치에 거리 두던 김정남
취재팀이 접촉한 김정남의 친구들은 “그는 ‘좋은 친구’였으며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그는 공손하고 성격 좋은 친구였다. 만약 김정남이 집권했으면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어린 시절 다녔던 스위스 제네바국제학교의 친구들도 그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한 급우는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정치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호재 hoho@donga.com·황성호·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