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북한내부 움직임]中에 있는 가족-지인 통해 알려져 김정남 존재 처음 알게 된 주민도 北당국은 체제불안 우려 입단속… CNN기자 “당국자에 질문했지만 통역사가 아예 전달도 안 해”… 탈북루트 당분간 감시 심해질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북한 내부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 옌지(延吉) 등 외부와 연락하는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이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탈북 브로커로 활동해온 A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옌지 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휴대전화로 연락한다”며 “김정남 피살 보도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탈북 브로커 B 씨도 “북한 주민들이 중국 등 외부와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 암살 소식이 보도된 다음 날인 15일 중국의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B 씨에 따르면 옌지의 탈북민 C 씨는 15일 밤 북한의 가족들에게 “김정은이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다른 주민 상당수도 관련 소식을 알게 됐다는 것. B 씨는 “이들처럼 중국에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김정남 피살 소식이 퍼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들은 피살 사건이 알려진 뒤에야 김정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B 씨는 “아마 김정은에게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형제 등 이른바 ‘백두혈통’에 관한 얘기는 TV를 통해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김정남의 존재도 이제야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북한 주민은 자신들의 탈북 계획에 김정남 피살이 차질을 줄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김정남 피살 후 접경 지역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감시가 강화돼 탈북 루트는 사실상 잠정 차단된 상태”라며 “당분간 탈북 시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함경남도 회령 일대는 두만강 인접 지역으로 두만강이 얼어붙는 겨울철의 주요 탈북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홍콩 ‘둥왕(東網)’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김정남 피살 후 돌발 상황에 대비해 북-중 접경지역에 군 병력 1000명을 투입했다. 북한 역시 두만강 일대 접경 지역 경계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연 call@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