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김정남, 귀국 망설였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미국의 고위급 대북 정보 당국자들과 연구자들을 두루 취재한 결과 몇 가지 공통 의견을 추릴 수 있었다. 우선 작년까지 김정남이 국정원과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해 오긴 했지만 구체적인 망명 요청을 해온 적은 없었다는 거였다. 그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베이징이었다. 생전에 그와 접촉했던 일본 언론인 고마 유지는 “그는 베이징 공안들 보호를 싫어하고 답답해했다. 망명하지 않고 해외에서 북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니 한국이나 미국도 ‘시달리며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정남이 북한 내 반(反)김정은 세력과 연계된 대안세력일 것이란 추측은 “사정을 잘 모르는 얘기”라 말한 이들이 다수였다. AP통신 평양지국이 ‘북에선 김정남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했듯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으며 내부 정세 변화에 따른 권력승계 가능성도 없다. 이번 일이 북의 체제를 흔들 일도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김정은 체제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으며 민중봉기로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다.
살인 테러의 주체는 정찰총국 또는 보위성이 거론된다. 간첩 적발과 반역시도 방지가 주 임무인 보위성 수장 김원홍의 숙청도 김정남 망명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제거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일 수 있으며 궁지에 몰린 보위성과 정찰총국이 응급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두 조직 중 하나가 엉성한 공항테러라는 무리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였다.
중국의 보호 외에 의지할 곳 없는 김정남 제거는 추종자를 포함해 지배세력 제거 차원인 장성택 제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쉬운 일일 것이다. 중국이 김정남을 레버리지(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지렛대)로 삼아 감싸는 상황에서 이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포악성 만천하에 드러나
집권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 본 적 없는 김정은의 우물 안 개구리 식 맹동주의(盲動主義)는 절대고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더 이상 북을 지원 묵인 방조할 명분이 없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반인도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전대미문의 살인광(狂) 김정은도 예외가 아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