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3월호 ‘2008년 기고’ 입수 “탄핵심판엔 유죄추정원칙 적용, 盧탄핵 관여 가장 인상에 남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대통령 탄핵소추의 의미’라는 글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신동아’ 3월호가 입수한 이 글은 서울대 법학과 제16회 동창회가 2008년에 엮은 ‘낙산의 둥지 떠나 반백년’이라는 책에 실렸다. 이 책은 1958년 입학한 동창들이 투고한 글을 모은 문집으로 시중에 판매되지 않았다.
먼저 김 전 실장은 “검사, 검사장,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가 많지만 2004년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위원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아마도 최후로 탄핵심판에 관여한 일이 법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적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다.
이어 미국 탄핵 제도를 언급하면서 “탄핵 사유는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일 필요는 없고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부패 행위를 한 경우, 공중의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또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탄핵 사유가 된다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의 이유를 상당히 넓게 해석한 것으로 현재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견해와 상반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 측이 ‘무죄 추정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도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이 글에서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권이 정지되지 않는 데 반해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썼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계층 간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하며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 적었다. 김 전 실장이 생각하는 대통령의 덕목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준수하는 법치의 상징과 모범이 돼 줄 것”,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 국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데 앞장서서 공정하게 국정을 수행할 것”이었다.
송홍근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