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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직무태만도 탄핵 사유”

입력 | 2017-02-18 03:00:00

신동아 3월호 ‘2008년 기고’ 입수
“탄핵심판엔 유죄추정원칙 적용, 盧탄핵 관여 가장 인상에 남아”




“공직자 지휘·감독을 잘못하거나 부정·비리를 예방 못 해도 탄핵 사유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대통령 탄핵소추의 의미’라는 글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신동아’ 3월호가 입수한 이 글은 서울대 법학과 제16회 동창회가 2008년에 엮은 ‘낙산의 둥지 떠나 반백년’이라는 책에 실렸다. 이 책은 1958년 입학한 동창들이 투고한 글을 모은 문집으로 시중에 판매되지 않았다.

먼저 김 전 실장은 “검사, 검사장,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가 많지만 2004년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위원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아마도 최후로 탄핵심판에 관여한 일이 법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적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다.

김 전 실장은 “제헌국회 속기록을 보면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뿐 아니라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공직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것과 국정을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경우 모두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설명한다”고 썼다.

이어 미국 탄핵 제도를 언급하면서 “탄핵 사유는 기소가 가능한 형사적 범죄일 필요는 없고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부패 행위를 한 경우, 공중의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또 “직무를 태만히 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탄핵 사유가 된다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의 이유를 상당히 넓게 해석한 것으로 현재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견해와 상반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 측이 ‘무죄 추정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도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이 글에서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공무원의 직권이 정지되지 않는 데 반해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유죄 내지 유책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썼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계층 간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하며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 적었다. 김 전 실장이 생각하는 대통령의 덕목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준수하는 법치의 상징과 모범이 돼 줄 것”,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 국민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데 앞장서서 공정하게 국정을 수행할 것”이었다.

송홍근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