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 논설위원
탄핵 찬반, 나라 두 동강
나라는 탄핵 찬반으로 갈려 두 동강이 났다. 지난해 11월 19일 이후 전국은 토요일마다 탄핵 찬반 집회로 시끄럽다. 18일 각각 16, 13회째를 맞는 촛불 및 태극기 집회엔 지금까지 줄잡아 2000만 명(양측 주장 기준)이 참가했다. 갈수록 과열되는 집회를 보면 양측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흔쾌히 승복할지 우려된다.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해 9월 22일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은 청와대와 최순실 씨 등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라는 야당의 폭로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지금은 ‘뻔뻔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지만 당시엔 이 말에 모두 속았다. 박 대통령의 양심과 도덕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 및 특검 수사로 774억 원 강제 모금이 드러난 뒤에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는)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우겼다. 대국민 약속도 줄줄이 어겼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약속한 질의응답도 감감무소식이다. 검찰 및 특검의 조사에 불응하거나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 눈엔 ‘대통령의 갑질’로 비친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한술 더 뜬다. 피의자가 구속돼서도 소환조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최 씨가 아니었으면 대부분의 국민이 모를 뻔했다. 한때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가 자신을 협박했다고 강조했던 최 씨는 헌재에서 탄핵 소추위원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박했느냐”고 물었지만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협박이 사실이었다면 소상하게 털어놔 고 씨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지 않았을까.
‘법꾸라지’ 별명을 가진 김 전 실장은 이번에도 ‘꾀돌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달 21일 구속된 김 전 실장은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는 직무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1992년 12월 ‘초원복집’ 사건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헌재에 신청한 위헌 심판 제청이 받아들여져 공소 기각된 경험을 원용한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블랙리스트는 수사 대상”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김 전 실장은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회고하면서 “공직자 지휘·감독을 잘못하거나 부정·비리를 예방하지 못해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를 위한 특례법을 추진하면서 “성역 없는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과 형사처벌이 다가오는 지금, 국민은 이 말을 되돌려주고 싶을 것 같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