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조미령 씨가 살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으로 YS가 1969년 이사하면서 한국 정치사에 ‘상도동 시대’가 열렸다. 상도동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과 함께 민주화의 기지로 꼽혔다. YS는 3선 개헌을 추진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국회에서 공개 비난하다 집 앞에서 초산 테러를 당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때는 가택 연금으로 발이 묶였고 23일간 목숨 건 단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연금 시절 좁은 안마당에서 얼마나 맴을 돌았는지 ‘트랙 자국’이 선명하더라는 목격담을 들은 적이 있다.
▷YS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상도동 집은 청와대로 떠나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선 뒤 첫 기자간담회 때는 “결코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청와대로 갈 때는 입던 옷가지를 챙기고 시래깃국을 잘 끓이던 아주머니를 데려간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퇴임 무렵 상도동 집이 너무 낡아 개축을 하긴 했으나 면적을 넓히지는 않았으니 약속은 지킨 셈이었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