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취임 1년 맞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년간 학교를 이끌며 느낀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창의적이고 도전적 시도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취업난 등 대학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사람 책’ 꽂힌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김 총장은 창업을 장려하는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끄러운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책에 집중하는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줄 멘토들을 만날 수 있는 창업 네트워크의 산실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대학생에게 창업이란 곧 벤처기업이다. 김 총장은 성공하는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대학이 열대우림 같은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학이 씨앗(연구) 하나에 열매(성과) 하나를 거두는 농경사회였다면, 미래의 대학은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씨앗이 뿌려져 다양한 도전이 결실을 맺는 열대우림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열대우림에선 어떤 씨앗이 떨어져 어떤 열매를 맺을지 모르듯 아이디어가 자생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바람이라면 연세대생이 세운 연 매출 2조 원짜리 벤처기업을 보는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해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 학생이 소규모 프로젝트 연구팀을 꾸리면 2개월간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대학원생에게는 인문대, 공대, 의대 등 학문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연구 아이디어를 모집해 23개 팀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 “창의력은 네트워크에서 비롯돼”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이 미리 수업 내용을 공부해 강의실에서는 토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을 95개 열었다. 김 총장은 “예를 들어 수업에서 ‘가짜 뉴스’를 토론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최근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관련된 이론적 접근법은 무엇이고 이를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해 와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들에게도 전 세계의 대학과 연결되는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김 총장은 “연세대 교수가 올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강좌가 전 세계 무크 인기 강의 10위 안에 들었다”며 “교수는 세계의 학생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강의를 고민하고, 학생은 전 세계 석학들이 올린 강의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학기부터는 고려대와 함께 ‘시그니처 클래스 프로그램’을 띄운다. 양교의 ‘스타’ 교수가 강좌를 함께 열어 고려대생, 연세대생이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기업윤리 관련 강의를 여는 식이다. 공동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김 총장은 “궁극적으로 두 학교의 이런 ‘몸부림’은 대학 교육의 위기와 연관돼 있다”며 “입시 시스템이라는 경직된 교육 문화 탓에 대학 신입생이 고등학교 ‘4학년’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바꿔 보고자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3C 정신 담은 경영철학
연세대는 국내 대학 처음으로 학교 사회공헌 조직을 총괄하는 글로벌사회공헌원(院)을 개교기념일인 4월 10일 발족한다. 연간 예산 100억 원이 넘는 의료원, 복지관, 청년문화원 등의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합 운영한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지식과 창의력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인성(人性)”이라며 “윤리의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한국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교육기관, 연세대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