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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의상, 또 하나의 무기

입력 | 2017-02-18 03:00:00

예술성 고득점 위해 특별제작… 하뉴, 소치서 342만원짜리 입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기대주인 최다빈(17)은 16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개막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을 준비하면서 의상을 바꿨다. 쇼트프로그램 음악을 영화 ‘라라랜드’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으로 교체하면서 의상도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입은 드레스와 같은 녹색으로 교체했다. 그는 “음악과 의상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 의상을 입은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ISU 대회 최고 기록(61.62점)을 세우며 6위를 기록했다.

예술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피겨 선수들은 의상을 표현력 강화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혜경 피겨 코치는 “눈에 대한 음악을 사용한다면 하얀 의상으로 선수를 ‘눈꽃 요정’으로 만들어야 시각적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 알렉산더 개믈린(24·미국·귀화 추진 중)과 조를 이뤄 출전한 민유라(22)는 블루스풍의 음악으로 연기를 시작할 때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가 연기 중반 음악이 케이팝으로 바뀌자 드레스 윗부분을 내렸다. 검은 드레스 안에 입고 있던 화려한 무늬의 의상이 드러났다. 그는 더욱 활기찬 표정으로 경기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피겨 의상 제작을 위해서는 선수와 디자이너가 협력해야 한다. 첫 작업은 디자이너가 음악을 듣고 선수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해당 선수의 경기 영상을 참고한다. 이후 선수와 색깔 등을 논의한 뒤 의상을 완성한다. 의상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2, 3개월이 걸린다.

국내 피겨 선수들의 의상 가격은 60만∼120만 원으로 다양하다. 가격은 스톤(모조 다이아몬드 등의 장신구)의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피겨 의상업체 관계자는 “스톤 1봉지(1400개) 가격이 10만 원 정도다. 많이 쓸수록 의상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3·일본)가 올림픽에서 착용한 여러 색깔의 스톤이 달린 의상의 가격은 3000달러(약 342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점프 동작이 큰 피겨 선수들은 옷의 신축성에도 신경을 쓴다. 남자 싱글 김진서(21)는 스톤이 달리거나 뻣뻣한 의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음악을 쓰는 그는 뮤지컬 출연자들처럼 드레스셔츠에 조끼를 걸쳐 뮤지컬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김진서는 “부드러운 동작을 위해 스톤 사용을 줄이고, 심플하고 움직이기 편한 의상을 고른다”고 말했다.

한편 17일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미국의 네이선 천(18)이 103.12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하뉴는 97.04점으로 3위. 하뉴의 경기가 끝난 후 일본 팬들은 100개가 넘는 인형을 던지며 환호해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안방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