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남이 하면 ‘팩트 폭력’이 되겠으나 내가 스스로 치부나 과오를 드러내거나 자신을 폄하하는 것은 ‘셀프디스’라고 합니다. 자신(self)과 무례함(disrepect)을 합친 말입니다.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자아비판’과 흡사하지만 젊은 세대는 가볍고 유쾌한 ‘웃음 코드’로 셀프디스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정계에도 ‘셀프 디스’ 전략이 선보였습니다. 국민의당에 입당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이 18일 페이스북에 영화 ‘광복절 특사’를 패러디한 ‘인생은 타이밍이다’이란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가 터지는 웃픈(웃기고도 아픈) 현실!’이란 부제를 보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시겠죠?
인생만 아니라 역사의 물길도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를 딱 맞추는 일은 매우 어렵죠. 자신은 물론 국가의 행로를 좌우하는 대통령이나 대선주자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성경 말씀에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라고 했습니다.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찾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고, 지킬 때가 있으면 버릴 때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 땅의 명운을 책임진 사람들이 마땅히 되새겨볼 만한 말입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