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석 9단 ● 알파고 9단 2국 3보(28∼44)
흑 ● 이후 좌상 정석은 서로에게 뻔한 정석. 물론 수순을 바꿔 다른 정석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실전이 둘 다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흑 35로 밀어 가는 것이 두터운 수. 이런 수는 전성기 때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하다. 발 빠르게 좌변을 전개할 수도 있으나 이처럼 느긋하게 두터운 곳을 차지한 뒤 상대의 움직임을 쫓아간다. 프로 기사들은 본능적으로 느린 걸 싫어했으나 이창호 이후엔 두터움의 가치를 새로 인식하게 됐다. 그걸 알파고가 또 한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흑 35가 오면 백 36은 놓칠 수 없는 요처. 흑이 반대로 다가서면 실리로도 크고 백의 안형도 위협한다. 흑 37, 41은 권투로 치면 날카로운 잽.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 않아도 조금씩 충격이 쌓이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