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촛불-태극기 집회
촛불 “조기 탄핵하라”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84만 명(주최 측 추산)이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탄기국)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18일 오후 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청계광장에 모였다. “특검 무효” “계엄령 선포” 등 구호가 반복됐다. 특히 이날 집회에선 ‘사즉생(죽으면 살리라)’ ‘결사항쟁’ 같은 표현이 등장하고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더러운 남창 게이트로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평화적 방법을 고수했지만 무시됐다. 법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 방법을 넘어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집회 중 물리적 마찰이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백모 씨(43)는 “탄기국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폭력적인 행위라도 선두에 서서 동참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모 씨(56·여)는 “어떤 움직임에도 적극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무단횡단을 제지하던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50대 남성이 입건됐다.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집회도 이날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전국에 약 84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결정까지 나머지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찬성 진영에서도 헌재에 영향을 미치려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퇴진행동 측 권영국 변호사는 “탄핵안이 소추돼 헌재에 넘어간 지 두 달이 넘었다. 헌법 유린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탄핵은 인용될 것이다. 주권자의 명령이다”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은 타오르고 병신년은 꺼졌다”고 외쳤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직접 탄핵심판을 둘러싼 정치권 움직임에 우려까지 표명했지만 이날도 대선 주자와 국회의원들은 경쟁하듯 발언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조기 탄핵이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촛불 “조기 탄핵하라”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84만 명(주최 측 추산)이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군중의 위세로 헌재를 압박하자는 식의 집회 참가자들의 태도와 정치권의 개입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탄핵심판이 임박할수록 ‘죽기 살기 식’ 분위기로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구특교 / 춘천=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