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특급 도우미 된 조카 최순실 씨 항상 지니던 ‘시크릿 백’ 뒤져 ‘이모’로 저장된 대통령 연락처 등 전화번호 3개 기억했다가 특검진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차명 휴대전화로 570여 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는 데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장 씨의 측근 등에 따르면 최 씨는 평소 화장실에 갈 때도 핸드백을 꼭 챙겨서 들고 다녔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인 이 핸드백을 최 씨가 유난스럽게 챙긴 까닭에 주변에서는 ‘시크릿 백’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7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최 씨는 취재진을 피해 장 씨의 집에 잠시 머물렀다. 장 씨는 최 씨가 집을 잠시 비운 사이 최 씨의 시크릿 백을 뒤졌고 그 안에서 차명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최 씨의 시크릿 백에는 ‘민정수석 청탁용 인사 프로필’이라는 제목의 자료도 함께 들어 있었다. 자료에는 이철성 당시 경찰청 차장(59·현 경찰청장)을 비롯해 KT&G 사장과 우리은행장 후보자의 인사 자료가 담겨 있었다.
장 씨는 이 자료를 촬영해 자신의 측근 김모 씨에게 파일로 보냈다. 사진을 본 김 씨는 장 씨에게 “회장님(최순실)한테 혼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장 씨는 김 씨에게 “이게 미래에 언니(장 씨 본인)를 살릴 거다”라고 답했다.
국정 농단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장 씨와 김 씨는 이 사진을 휴대전화에서 지웠다. 하지만 특검은 장 씨의 제보로 김 씨가 외장 하드디스크에 숨겨 둔 이 사진 파일을 확보했다. 특검은 최 씨의 시크릿 백 속 인사 자료의 출처와 실제 청탁이 이뤄졌는지 확인 중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