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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리영, 北대사관 보호아래 암살단 지휘 가능성”

입력 | 2017-02-20 03:00:00

[김정남 피살]北대사관 직원 숙소에 거주한 정황… 체포된 리정철 숙소와 車로 5분 거리




“조센! 북한 가족이 살고 있다.”

19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타만데사 지역의 한 콘도 경비원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콘도엔 중국계 말레이시아 중산층이 주로 거주한다. 콘도 입구엔 군부대 초소 같은 경비실이 설치돼 있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경비원은 “북한 사람들이 있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서너 가족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차량엔 모두 빨간색 번호판에 북한대사관 차량을 나타내는 ‘28’과 ‘DC’가 적혀 있었다. 콘도가 북한대사관 직원과 가족의 숙소란 의미다.

이곳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평양 출신 리영(58)의 주거지로 제보된 곳. 경찰은 리영과 나이가 같은 아내의 여권 정보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가 제시한 리영의 흑백 사진을 본 경비원은 “북한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고 차로만 다닌다. 얼굴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정보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리영은 북한대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리정철(47) 등 암살단 뒤에서 살해를 기획하거나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김정남 피살 과정에 북한대사관의 조직적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숙소인 콘도와,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의 집은 인접해 있었다. 콘도에서 택시를 타고 5분가량 이동하자 리정철이 경찰에 검거된 다른 콘도에 도착했다. 리정철은 동갑인 아내 강선희, 두 자녀와 함께 이 콘도에서 살았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