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말레이 경찰 “부검 결과 아직 못받아… DNA 샘플 분석해봐야 사인 규명” 새로운 화학구조 개발땐 분석 난항… 복어 등 동식물 독도 검출 어려워 일각 “검체 선진국 보내야 할수도”
김정남 최후의 모습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 최후의 모습이 18일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NTS)’에 독점으로 공개됐다. 사진 속 김정남은 보라색 반팔 셔츠에 청바지, 가죽구두 차림이며 정신을 잃고 공항 소파에 쓰러져 있다. 사진 출처 뉴스트레이츠타임스
○ 김정남 살해에 새 화학물질 사용?
말레이 부경찰청장 수사 중간발표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왼쪽)이 19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경찰청 청사 강당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옆은 수사 총지휘자인 압둘 사마흐 맛 슬랑오르 주 지방경찰청장.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군이 ‘독침 암살’에 사용해 오던 ‘브롬화네오스티그민’, 일반 독살에 많이 사용되는 ‘청산가리’, 흡입·접촉으로 몇 분 안에 죽게 하는 ‘사린’, 신경성 독가스 ‘VX’ 등은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떤 강력한 독이라도 기존의 독극물이라면 공개된 화학구조식, 비교해 볼 수 있는 표준물질 등을 통해 파악해 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신물질은 비교 대상이 없어 검출이 돼도 무슨 물질인지 알 수가 없다.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지낸 박광식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새로운 물질이라면 화학구조를 분석해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독극물은 기존의 독극물들을 단순히 ‘섞어’ 만드는 수준은 아니다. 기존 독극물을 합쳐 만든 독극물 역시 짧은 시간 내에 분석해 낼 수 있다. 아예 새로운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이라야 분석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북한이 여러 화학물질을 결합해 신물질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은 대학에서 약학·화학 분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천연물질? 처리 미숙 가능성도
독극물이 ‘천연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복어독 같은 천연 독극물은 부검을 해도 제대로 분석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독, 식물독 등 천연물질 독은 시신에서 검출된 물질을 동물에게 먹여보고 어떤 독인지 확정하는 방법까지 사용할 정도로 확인이 어렵다. 박종태 전남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부자’라는 식물은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지만 부검해도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