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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정남 살해, 국가가 해선 안될 일… 北관료들도 동요할 것”

입력 | 2017-02-20 03:00:00

[김정남 피살]中 국제정치 권위자 자칭궈 인터뷰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고등교육재단 회의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김정남 피살 사건과 북핵 및 사드 해법 등에 대해 솔직한 발언을 내놓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국민(김정남) 살해는 국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이 저지른 일을 규탄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정치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북-중 관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김정남 살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볼 것”이라며 “중국인의 북한 당국에 대한 인식도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 원장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중국이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중국의 외교 정책 자문기구) 위원인 자 원장은 이날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한중미 협력을 위한 기회와 도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남 암살의 파장은….

“김정남은 중국과 한국에 가치 있는 인물이었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발생하면 상징성 있는 인물이 국면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때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정남이었다. 그의 죽음은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손실이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고위 관료들 모두 ‘자기 가족도 죽였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무슨 짓을 못할까’라며 숙청을 우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선제타격 얘기가 많이 나온다.

“지금 미국이 선제타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설득해 선제타격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계획하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중국 정부의 견해는 미국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반대를 무릅쓰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 북한이 책임 있게 나오면 중국은 선제공격을 반대할 것이다. 미중이 어떻게 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더욱 강조하지만 중국은 경제, 문화 측면에서 한국을 사실상 제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한국이 사드 문제에서 중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 기분이 언짢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국에 악의가 없다.”

사드 배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중국 내 강경론자들과 달리 자 원장은 한국 미국 중국이 함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해결하나.

“근본적으로 한국이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북한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중이 모여 사드 문제 말고 북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화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때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선 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으면 배치를 연기하거나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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