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혁명에 참여했다가 스위스로 도망가 부유한 사업가 오토 베젠동크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그의 부인 마틸데와 사랑에 빠졌다. ‘베젠동크 가곡집’은 마틸데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승화시킨 연가곡이다. 지휘자 한스 뷜로의 부인은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였다. 코지마는 바그너와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았다. 뷜로는 이 사실을 알고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초연했다. 2막에는 성애(性愛) 장면이 연상되는 남녀 이중창이 나온다. 코지마는 바그너의 두 번째 부인이 됐다.
▷작가 김동리는 평생 3명의 여자를 뒀다. 그는 생전 “첫 번째 여자에게서는 자식을, 두 번째 부인에게서는 재산을, 세 번째 여자에게서는 사랑을 얻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세 번째 여자 서영은은 두 번째 부인과 혼인 중에 만난, 30세나 어린 후배 작가여서 문단의 화제였다. 쉬쉬하던 스캔들은 두 번째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뜬 뒤 널리 알려졌다. 서영은은 이후 김동리와 결혼하고 김동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8년간 부부로 살았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은 1945년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를 본 뒤 “감동을 받았다”는 편지를 보냈고 둘은 이탈리아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버그먼은 유부녀였고 로셀리니 역시 부인과 별거 중인 유부남이었다. 당시만 해도 할리우드는 보수적이어서 어떤 영화제작사도 버그먼이 불륜을 계속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 버그먼은 사랑을 택해 10년간 할리우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배우 김민희가 18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김민희는 이 작품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를 연기했다. 작품 속의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라는 대사는 두 사람의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민희는 수상 소감에서 “감독님, 감사합니다” 대신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홍상수 영화는 너무 현실 같은 영화라는 평을 받는데 지금 벌어지는 것은 너무 영화 같은 현실이라고나 할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