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 출석 여부를 22일까지 밝히라고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 지난주 변론기일에서 ‘24일 대통령 최종변론’을 못 박았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3월 2, 3일로 변론 종결을 늦춰 달라는 대통령 측 요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출석 의지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의 심판 지연책에 끌려 다니지 않고 3월 1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내려 국정공백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최종변론에서 신문을 받지 않고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법 49조 2항은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이 “재판부와 소추위원 쪽의 질문에 적극 답변하는 게 피청구인이나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듯이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신문에 답하지 않으면 헌재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자간담회 등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화법을 보면 박 대통령은 ‘불편한 진실’을 캐묻는 질문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대배심(우리의 검찰 조사에 해당) 때 백악관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비공개로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했던 특검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소추 사실은 모두 시인한 바 있어 박 대통령과는 차이가 있다.
헌재의 최종변론은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의 전말에 관해 진솔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예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무엇보다 작년 10월 첫 대국민 사과 때는 ‘보좌진이 갖춰질 때까지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더니 작년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0여 회, 심지어 최 씨가 독일로 도피하고 나서도 하루 세 번 이상 통화해서 무엇을 그렇게 물어봤는지 국민은 알고 싶다. 세월호 참사 때의 행적을 포함해 “헌법을 준수하고…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취임선서를 왜 어겼는지 박 대통령은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