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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정책 뒤집기… 속 뒤집히는 기업들

입력 | 2017-02-21 03:00:00

DJ-盧정부 주도한 지주사 전환… 야권, 상법 개정 등 규제강화 나서
재계 “중장기 전략 수립 어려워져”




정치권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 속에 재계가 길을 잃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20년 전부터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외치며 주도해 온 지주회사 정책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야권이 ‘재벌 개혁’을 목표로 내놓은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에는 지주회사 관련 규제 강화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 및 장부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특정 주주가 지주회사 지분 1%만 획득해도 자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회사 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면 해당 신주만큼 따로 법인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전에 갖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180도 달라진 정치권의 태도에 2003년 LG그룹을 시작으로 SK, 두산, CJ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은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업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독려했다는 점에서 현재 야권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중장기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규제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참여정부가 타결시켰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민주당이 2012년 총선에서 “집권 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던 선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정치권이 우후죽순 발의하고 있는 규제 법안들에 대해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박 회장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유일호 경제부총리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규제 법안이 휩쓸리듯 통과되면 법 잘 지키고 성실하게 사업하는 많은 분들이 과연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은 590개다. 이 중 규제 법안은 407개(69%), 지원 법안은 183개(31%)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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