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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초에 공격 끝, 30분후 사망… 北, 심장마비로 꾸미려 해

입력 | 2017-02-21 03:00:00

김정남 최후 담긴 CCTV 공개





거구의 김정남에게 암살 공격을 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3초였다.

20일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폐쇄회로(CC)TV 영상 속 김정남 최후의 순간은 충격적이다. 두 명의 여성 암살조는 기존에 알려진 5초보다 훨씬 짧은 2.33초 만에 ‘공격’을 마무리했다. 3층 출국장에서 공격당한 김정남은 5층 공항 진료소까지 한쪽 다리를 절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걸어간 뒤 진료소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영상은 밝은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김정남이 공항 출국장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검은 배낭을 오른쪽 어깨에 걸친 김정남은 출국장 한가운데에 서서 별 경계심 없이 전광판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인발권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발권기 앞에 서자 용의자로 체포된 도안티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각각 김정남 앞과 뒤로 빠르게 접근했다. 둘 중 흰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성이 김정남 뒤로 재빨리 걸어가 그의 어깨 위로 두 팔을 뻗어 얼굴을 무언가로 감쌌다. 나머지 한 여성이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두 여성은 김정남에게 접근한 지 2.33초 만에 일을 마무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걸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주변에는 수많은 공항 이용객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 정보센터로 홀로 걸어가 자신의 두 눈을 비비는 듯한 행동을 하며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직원의 안내로 경찰을 만나서도 비슷한 손짓으로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 후 경찰과 함께 두 층 위에 있는 공항 진료소로 걸어갔다. 진료소 입구에서는 멀쩡했던 김정남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략을 짰다고 분석했다. 두 여성이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김정남에게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장난을 쳤고, 이와 상관없이 평소 심장이 안 좋은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부검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걸 보면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김정남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쉽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북한 암살단 총책에 속아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신문 중국보(中國報)는 20일 “북한 특수요원 4명이 남의 손을 빌려 암살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살해에 이용한 독약 성분이 위험한 데다 북한 사람은 (동남아시아인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북한 용의자들이 미인계를 범행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여성들을 훈련시키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는 “여성들이 동작을 충분히 반복해 여러 번 훈련한 것 같다. 범행 후 잠시 김정남을 살핀 점도 작전 실패 시 차선책을 시행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최근 부각된 탈북 세력에 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담하게 범행을 꾀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배후임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잘못하면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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