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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인체 거름막의 최전선 ‘장’… ‘프로바이오틱스’로 지키세요

입력 | 2017-02-22 03:00:00

약 100조 개의 장내 세균이 면역부터 비만까지 조종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확대… ‘변 이식’ 치료법 각광받아
젤리-과자 등 제품 형태 다양… 고용량 꾸준히 먹는 게 효과적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오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피부 면적의 200배, 인체 거름막의 최전선, 소화의 마지막 단계.

‘장’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소화기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한다.

면역물질 생산소 장

먼저 장은 면역물질의 70%를 만든다. 비타민을 생성하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온몸이 신호를 보낸다. 장 속에 살고 있는 100조 마리의 세균은 여드름과 같은 피부 트러블, 변비, 두통, 용종, 대장암 등과 같은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장이 인체 건강의 핵심이 되는 이유는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에 있다. 우리 몸에는 1∼1.5kg의 장내 세균이 살고 있으며 유익균, 무해균, 유해균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 장내 유익균은 장벽막을 강화시키는 한편, 유해균을 억제해 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유익균이 유해균의 해로운 작용을 막으면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지내는 것이다.

2015년 국제 정신의학지(Psychiatric Research)에 실린 결과에 따르면, 뇌와 대장을 연결하는 신경망에 장내세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뇌가 불안, 초조, 압박감과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면 곧 자율신경을 통해서 순식간에 대장으로 전해져 변비나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슨은 뇌에서 정신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체내에 적으면 살도 잘 찐다. 캘리포니아 다비스 의대 레이볼드 교수팀은 2015년 3월에 열린 미국내분비학회에서 장내 나쁜 세균이 더 많으면 세균이 독소를 만들고, 이 독소가 혈액 내로 들어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렙틴(식욕 억제호르몬)의 기능을 저하시켜 과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확대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생물 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가 제2의 게놈 프로젝트로 평가 받고 있다. 국가 차원의 경쟁도 뜨겁다. 미국은 2008년부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 일본도 2008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우리나라보다 2∼3년가량 기술력이 앞섰다.

국내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말부터 2023년까지 총 80억 원을 투입해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한 한국인 장내 미생물을 확보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신약, 건강기능식품, 관리 프로그램 등 개발을 위해 기업, 연구소에 분양할 계획이다. 민간기업도 연구에 착수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엠디헬스케어와 함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질환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업체는 한국야쿠르트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류머티즘 관절염 제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영역으로 장내세균을 이식해 대장염을 치료하는 ‘변 이식’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물공학 교수가 만든 공생세균 병원에서는 개인의 장내 세균 조성을 검사한 뒤 비만, 배앓이를 치료한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먼저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물에 섞는다. 그리고 물 위에 뜨는 균을 모아 상대의 항문으로 주입하면 끝이다. 현장에서 맨투맨 방식으로 옮길 수도 있고 동결 건조 후 보관해도 된다. 주사제가 아니어서 감염 위험은 적다.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장내세균 이식치료가 100여 건 이뤄지는 등 확산되고 있다. 치료 성공률은 80% 정도다. 변 이식 치료법은 한국 중국의 고의서(古醫書)에도 언급돼 있다. 어린이의 변을 약으로 사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다. 심지어 일부 동물들은 동료의 변으로 장내 세균 구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혁 포항공대 기초과학연구원 교수는 “변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며 “단시간 내에 가장 확실하게 장내세균의 구성 비율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병원장도 “최근에는 대상내시경에도 장내세균 이식 치료가 연구되고 있다”며 “미래에는 대장 이외 질환까지 연구가 진행되며 전신 건강으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용량 프로바이오틱스, 꾸준한 섭취

장내 프로바이오틱스를 늘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직접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거나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채소나 과일, 올리고당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 마지막은 유해균이 좋아하는 음식물 섭취나 생활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흔히 먹는 제품 중에는 김치나 된장, 요구르트 등의 발효식품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많다.

전문가들은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1억 마리 이상의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종류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하지만 식품으로 섭취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위산에 의해 죽어 장까지 도달하는 확률이 20∼30% 정도이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용량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유산균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육식과 가공음식 섭취 비율을 줄이고 스트레스는 멀리하며 잠자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최근 다양한 형태의 고용량 유산균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기존에 액체나 분말 형태의 유산균 제품이 유산균 젤리, 초콜릿, 과자, 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반려동물을 위한 유산균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김동현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는 “장내 균주가 치매, 당뇨 등의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며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위해서는 다양한 유산균이 포함된 제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지혜 기자 chi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