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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제시하라

입력 | 2017-02-21 14:37:00

헤드헌터 박선규의 실전취업특강(9)






연말 채용이 끝나고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회사가 원하는 자격요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지원자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지원자가 출신학교, 학점, 토익, 영어회화, 동아리 활동, 해외연수, 제2외국어 등의 스펙 쌓기에 한창이다. 그뿐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봉사활동을 하고, 관계도 없는 자격증을 따고, 단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쌓은 스펙은 L사 ‘SPEC태클 오디션’처럼 무스펙 전형을 도입하는 회사들에서는 필요 없고, 다른 회사들의 경우에도 불안한 마음으로 무작정 쌓은 스펙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인사담당자들에 의해 걸러지게 된다.

지난달 모 기업에서 기획 분야 공채를 할 때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1분간 자기소개 시간을 주자 상당수 지원자가 외국 유학, 또는 어학연수로 쌓은 영어실력(글로벌 인재), 봉사활동(희생정신), 동아리 활동(리더십)을 언급하거나 ‘긍정적’ ‘도전적’ 따위의 피상적 단어를 동원해 자신을 소개했다.

기획 분야의 지원자들임에도 ‘기획 역량’과 관련해 직무에 대한 언급, 관련 경험을 통한 역량, 회사의 현안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대다수 지원자가 이런 모습을 보인 탓에 합격자를 고르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지원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피상적이고 이론적인 것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준비사항을 찾아보자.

먼저 경험적 증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선택함으로써 맞춤형 채용을 하려는 회사의 전략에 맞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는 산행 면접을 하는 아웃도어회사, 음식 시식평가를 하고 채용하는 식품회사,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임회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푸드 MD(머천다이저)가 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이런 경우다.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을 판매하는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매출이 증가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다양한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 대기업 식품유통회사에 지원한 A는 평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시락 메뉴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는데,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각했던 바를 도시락 메뉴에 반영하는 이야기로 평가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두 번째는 스토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얼마 전 식품대기업 인사담당 임원과 인사팀장과의 면담에서 들은 내용이다. 이 회사의 신입 지원자 한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좀 특이했던 것은, ‘음식’으로 여행의 테마를 잡아 각 지역 음식의 특색과 향, 분위기 등을 기억했다가 자신만의 얘기로 풀어 놓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단순 여행 에피소드에 머물 수 있는 이야기에 스토리를 입힘으로써 성취스토리가 된 사례다.

흔히 성취스토리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방금 예를 든 것처럼 살아오면서 겪었던 작지만 본인에게 의미 있는 경험들을 예를 들면 된다. 아무런 스펙이 없어도 5분 동안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지원자에게 면접 기회를 주는 채용 제도를 활용한 회사도 있으니 ‘스토리’는 이제 채용의 또 다른 무기가 된 것이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세 번째는 인턴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지원자들은 “요즘 인턴이 얼마나 어려운데요? 하늘의 별따기예요”라고 얘기한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일까? 대학교 취업특강에 가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냐” 물어보면 대다수가 “대기업이요. S사, H사, L사, D사… 입니다”라고 답한다.

개개인을 컨설팅 할 때도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인턴을 꼭 대기업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직무 관련 경험’이라는 것을 안다면 중견, 중소기업에서의 경험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불황일수록 기업들은 장기간 교육이 필요한 인재보다는 이미 교육이 된 스위치형 인재(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바로 작동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지난해 취업난을 뚫고 신입사원이 된 사람들 중, 정규직 근무경력을 가진 ‘올드 루키’ 신입사원이 35.6%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달 필자가 참여한 모 공기업의 채용전형에서도 다른 회사에서 인턴 또는 신입을 경험한 지원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이유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취업! 이제는 경험이 무기가 된 시대다. 경험적 증거를 만들고 스토리를 입히고 인턴을 활용하라. 무기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공격의 속도가 빨라지고 효과도 높다. 어떤 무기를 쓸지는 지원자의 몫이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ceo@midashr.co.kr

*한국경제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다수 출연. 현재 YTN FM <당신의 전성기, 오늘> 출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