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현장을 가다] 현지 언론 “에어아시아機 타고 입국”… 확인 결과 탑승자 명단에는 없어 중국어 매체 “특수경찰로 변장해 병원 들어가 김정남 시신 확인” 경찰 “경비 강화한 것일 뿐” 부인
김한솔 다녀갔나… 김정남 부검 병원에 중무장 경찰 출동 21일 오전 2시 30분경(현지 시간) 암살된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 부검센터 앞에 배치된 말레이시아 경찰특공대원들이 복면을 쓰고 무장한 채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전날 밤 김한솔이 아버지의 시신을 찾으러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이날까지 그의 입국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훈상 기자
21일 오전 1시 반경(현지 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 부검센터 앞에 있던 국내외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말레이시아 사복 경찰관이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부검센터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경찰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 경찰이 막아섰다. 기자들의 가슴팍을 밀치며 “물러서라”고 저지했다. 도착한 사복 경찰들은 축구 유니폼 상의를 입은 현장 책임자의 지휘 아래 부검센터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차량에선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실탄이 장착된 기관총을 든 10여 명이 내렸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조직범죄특수부대원이었다. 키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특수부대원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부검센터 밖 취재진을 노려봤다. 이때 의료진으로 보이는 현지 여성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부검센터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건 김한솔 도착뿐이었다.
김한솔
“정확한 사인 조사중”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 내 강당에서 21일 누르 히샴 압둘라 보건부 보건총괄국장(테이블 자리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부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고, 독침에 맞은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말레이시아 당국은 “유족이 시신 인도를 요구한 것이 없다”며 김한솔 입국을 부인하고 있다. 암살 사건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김한솔이 위험을 무릅쓰고 말레이시아를 찾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TV아사히는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한 뒤 다시 출국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한솔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졸업 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마카오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이 중국 당국의 보호 아래 어머니 이혜경 씨와 동생 솔희와 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많은 언론이 마카오 현지를 수소문했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 후 김한솔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황성호 hsh0330@donga.com / 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