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특검 정국]대리인단 ‘태극기 돌출행동’ 이어 고성-삿대질 등 법정소동 물의 헌재, 선고지연 행위로 판단 “헌재 출석해 최종변론 하는게 낫다”… 대리인단, 朴대통령에 건의한 듯 선고일정 확인후 전원사퇴도 고심
앞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가 14일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 들고 사진을 찍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김 변호사까지 심판정의 질서를 해치는 언행을 했다고 판단한 헌재가 엄중 경고를 한 것이다. 이는 ‘8인 재판관 체제’가 유지되는 3월 13일까지 남은 날짜가 많지 않은 만큼, 말썽이 될 만한 일들을 사전에 차단해 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선고 지연·방해 행위 용납 못 해”
헌재의 방침은 20일 김 변호사가 벌인 심판정 소동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다. 김 변호사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고…”라며 재판을 끝내려는 순간 “제가 오늘 변론을 준비했다”며 끼어들었다. 당시 시간은 낮 12시 5분. 헌법재판관들과 다른 대리인들은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를 뜨려던 때였다.
김 변호사가 “제가 당뇨가 있다”며 불쑥 건강 얘기를 꺼내자 이 권한대행은 “어떤 내용을 말씀하실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좀 먹어야 되겠다”며 점심식사 후 변론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하시라”고 권하자 김 변호사는 “저는 오늘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충분히 변론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했지만 김 변호사는 이 권한대행의 말을 자르며 “오늘 꼭 (변론을) 하겠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김 변호사가 고집을 부리자 이 권한대행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오늘 변론을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그 순간 김 변호사는 “지금 하겠다는데 왜 그래요. 왜 재판을 함부로 진행해요. 이상하네”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변호사와 정기승 전 대법관이 김 변호사의 옷깃을 잡으며 말렸지만 김 변호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몇몇 헌법재판관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 변호사를 쏘아본 뒤 심판정을 떠났다.
○ “박 대통령 헌재 출석하는 게 낫다”
헌재로부터 22일까지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밝히라는 주문을 받은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에게 “헌재에 직접 출석해 최종 변론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심판정에서 공격적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진정성이 담긴 사과와 함께 그동안 주장해온 소신을 펼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동정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를 서두르는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대리인단 전원 사퇴를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리인단 내부에서 그 같은 행동이 자칫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종으로 비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대리인단은 22일 변론기일에서 헌재의 최종 선고 일정을 확인한 뒤 전원사퇴 카드를 쓸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