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연예병사 논란
슈퍼주니어 등 유명 연예인 집합소 年 최대 136회 공연-치안홍보 활동
경찰 “외박-외출 특혜 없다”지만 시위진압-경비 등 고된 업무 ‘열외’
시민 77% “특혜 맞다” 불편한 시선
아, 꿈이었구나. 에이전트26(유원모)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아직 낯선 환경이라 그럴까. 과거 행성 HD189733b 인근에서 복무하던 시절이 꿈에 자꾸 나왔다.
쉽사리 다시 잠들지 못하던 그는 TV를 켰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저 어색한 경례 동작은 뭐람. 이름이 김준수(JYJ) 탑(빅뱅·경찰악대 복무 예정)…. 저들은 한국 유명 연예인인데 군대를 간다고? 그런데 의무경찰 ‘경찰홍보단’은 뭐야. 분명 이 나라 연예병사는 폐지됐다 들었건만. 갑자기 나타난 에이전트2(정양환)는 26의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드디어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군.
○ 경찰홍보단은 제2의 연예병사?
공연 펼치는 홍보단 서울경찰홍보단 소속 의경 대원들은 지난해 1년간 총 136회의 치안 홍보 공연을 펼쳤다. 그 대신 시위 경비 활동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사실 홍보단은 출범 당시엔 연예인이 한 명도 없었다. 직업경찰관 3명이 치안 홍보 활동을 하는 소탈한(?) 조직이었다. 허나 어느 순간 연기·마술·노래·춤 등의 특기를 가진 전·의경을 뽑기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차 오디션과 2차 의경 적성시험 등을 통해 단원을 선발한다”며 “우수한 자원을 뽑기 위해 연극영화과나 뮤지컬 전공 학과 등에 공문을 보내 오디션에 응해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런 홍보단이 군미필 연예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시점은 2013년 전후였다. 한때 솔로 남성가수의 쌍두마차였던 비와 세븐의 ‘공’이 컸다. 지난달 배우 김태희와 결혼한 비는 당시 군인 신분임에도 ‘밤마실’을 즐기다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세븐은 안마시술소에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계기로 도입 16년 만에 연예병사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언뜻 연예병사 ‘필’이 물씬한 홍보단에 연예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홍보단은 과연 ‘꿀보직’일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일단 휴가나 외박은 일반 의경과 똑같이 적용한다는 게 서울청의 설명. 서울청 관계자는 “어떤 특혜도 없이 2개월에 3박 4일의 정기외박, 주 1일 외출 등이 주어진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논란이 불거지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촛불집회 출동한 의경 일반 의경 대원들은 군 복무 기간 집회 시위 진압과 시설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0일 제7차 촛불집회에 출동한 의경 모습. 동아일보DB
물론 홍보단 존폐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서울청 관계자는 “홍보단은 위문보단 치안활동 홍보가 설립 명분”이라며 “국방부 연예병사와 생긴 배경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정양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