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액이 141조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어제 한국은행이 밝혔다. 2015년 말 1203조1000억 원에서 1년 만에 11.7% 급증해 가계부채 잔액도 사상 처음 1300조 원을 넘어선 1344조 원이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출범 4년간 가계부채가 380조 원이 늘어나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증가액(298조 원)을 넘어서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대출금리가 높고 저신용자들이 많은 제2금융권에서 주도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정부는 작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카드 결제가 늘고 2금융권 중 금리가 낮은 편인 생명보험회사 대출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중도금 집단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금리가 최고 연 5%까지 오른 것은 그만큼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어제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 2금융권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나간 대출을 엄포만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1300조 원의 가계부채는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경기를 띄우기 위해 부동산 부양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정부 탓이 크다. 특히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거 해제하는 등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폈다.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이었던 현오석 전 부총리나 지금의 유일호 부총리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요 과제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목표치(160%)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