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오늘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어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최 씨는 모르고,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민정수석만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최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이 번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판에 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꾸라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검이 수사 막바지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은 것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김성우 전 홍보수석이 지난해 10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에 관여했으며 최순실 씨가 깊숙하게 개입했다”며 자문하자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는 최 씨가 돈을 빼돌렸으면 횡령죄가 되지만, 돈을 건드리진 않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보고서를 써줬다. 국정 농단이 본질인 두 재단 문제를 최 씨의 횡령 유무로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 2014년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었던 당시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자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물타기’를 해 국민의 의혹을 비켜 갔던 것과 같은 수법이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임원 검증에도 민정수석실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은 중대 범죄다. 민정수석실이 남의 뒷조사나 해주는 흥신소와 다를 바 없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최 씨가 검찰 경찰 국세청 수장의 인사 자료를 수집했고, 이 중 5명은 실제로 임명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 씨가 사정기관 수장 임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어떤 불법행위를 저지른들 두려웠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