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보통 이런 형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면 약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규칙은 웬만하면 지키려고 하고, 타인의 시선에는 좀 예민하다. 이런 아이는 형제의 문제 행동이 굉장히 불편하다. 공공장소에서 형제가 난장을 치면 난감해하는 부모도 안됐고, 사람들이 쳐다보니 자신도 부끄럽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런 아이들은 그런 형제를 ‘내 인생의 원수’라고까지 표현한다.
솔직히 부모는 늘 폭탄덩어리인 아이에게 더 조심스럽다. 다른 자식에 비해 더 친절히 설명해 주고, 혼도 좀 덜 낸다. 그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든, 떼쟁이든, 불안이 심한 아이든, 그 나름대로 잘 키우려고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자식은 부모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는 말도 잘 듣고 규칙도 잘 지키는데 부모는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부모와 자신을 힘들게 하는 형제의 편만 드는 것 같다.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부모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그 형제에 대한 미움이 생긴다. 부모가 불쌍하면서도 도대체 착한 나한테는 왜 이럴까 하는 마음에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양가감정이 생겨 괴롭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형제의 상태를 너무 길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동생이니까”, “너는 착하니까”, “어리니까 그렇지”, “너는 어릴 때 더 했어”라면서 이해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생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문제는 문제야. 분명히 고쳐야 돼. 그런데 전문가에게 상의했더니 이 나이에는 조금 더 기다려 보라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라고 설명해 준다. 아이가 “그래도 안 좋아지면?”이라고 물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엄마가 이렇게 하는 것은 동생을 감싸거나 봐주는 것이 아니니까 염려 마라”라고도 해 준다. 부모도 그 형제의 문제를 알고, 부모 나름대로 대처하는 중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 잘 듣는 형제에게 꼭 해 줘야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은 부모의 몫이야. 동생 때문에 네가 힘들 때는 꼭 말해 줘라. 너도 다른 이유로 엄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얘기해야 되는 거야. 엄마가 힘들까 봐 얘기 안 하면 안 돼. 네가 얘기를 해 주는 것이 엄마는 더 기쁘고 엄마를 돕는 일이야”라고 일러 둔다.
아이가 “왜 나한테는 그렇게 안 해 줬어?”라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솔직하게 대답한다. “너를 대한 것은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는 일반적인 방식이야. 너는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아이야. 참 고맙게 생각해. 그런데 동생은 아니야. 굉장히 마음 졸이면서, 배워서 키워야 하는 아이야. 부모도 그것이 힘들단다. 누구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이렇게 말해 주면 아이가 좀 알아듣는다.
아이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대리자아가 되어서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준다. “기분 나쁘지? 정말 화날 거야. 얼마나 속상하겠니? 엄마가 봐도 어떨 때는 동생이 너무해” 식으로 감정을 대리 배출시켜 준다. 착하다고 너무 참으라고만 하면 아이의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억압이 되어 감정적으로 아주 힘든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