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골프칼럼니스트 김선흠
김선흠 씨는 “아직도 골프 치기 전날은 어릴 적 소풍 전날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안영식 전문기자
그는 18홀, 36홀을 돌고도 전혀 피곤함을 못 느낀다고. 보통 사람들은 방전이 되지만 되레 충전되는 느낌이란다. ‘돌아갈 집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골프장을 떠나기 싫단다.
“나에게 골프장은 에너지 충전소다. 좋은 벗들과의 라운드는 내 삶의 활력소다.”
골드CC의 유일한 여성 정회원인 김선흠 씨는 별명이 많다. ‘기록의 여전사’, ‘그린의 아마조네스’, ‘지구상에서 골프를 가장 사랑하는 여인’ 등. 그 면면을 살펴보면 그리 과장된 것 같지 않다.
홀인원 4회, 한 라운드 이글-홀인원 연속 작성(1993년 골드CC), 사이클 버디(3연속 버디에 파3, 파4, 파5홀이 모두 포함된 것) 3회, 이글 50여 회, 9홀 언더파 250여 회 등 진기록이 많다.
특히 2001년 골드CC 회원친선대회에서는 A그룹(핸디캡 0∼14)에 홍일점으로 출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핸디캡 6을 놓고 이븐파 72타(이글 1, 버디 1, 보기 3개)를 쳐 네트스코어 6언더파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남녀 참가자 통틀어 메달리스트(72타)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동열 전 감독과의 대결에서는 핸디캡 4타를 받고 4전 4승을 기록 중이다. 그중 2002년에는 김 씨가 73타, 선 감독이 75타를 쳐, 실제 타수에서도 이겼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도깨비’처럼 마치 골프의 신(神)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인 실력보다 대단한 기록,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골프에 왕도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동설한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연습장과 헬스장에 가고,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라운드를 한다.
김선흠 씨는 퍼팅 OK, 멀리건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원칙주의자다. 그 때문에 동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골 동반자들은 함께 라운드 할수록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골프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한다고.
그런데 원칙과 매너를 고집하다 크게 후회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고두심 씨는 “약속시간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녹화가 길어져 밤늦게 귀가한 날은 아예 골프 옷을 다 챙겨 입고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 연기자로서 평생 시간에 쫓겨 사는데 골프가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선흠이와는 여전히 둘도 없는 친구이다. 골프만 빼고 뭐든 ‘쿵 하면 쾅 하며’ 매사에 잘 통한다”고 말했다.
김선흠 씨는 자신이 회원인 골프장을 사랑하는 마음도 싱글급이다. 그의 골프백에는 호미와 톱이 들어있다. 라운드 중 짬날 때마다 잡초 뽑고 담배꽁초 줍고, 코스 주변 나무 가지치기를 한다. 골드CC 관계자들이 “직원인지 회원인지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다.
“골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지인들의 동반 라운드 소감 중 김선흠 씨가 가장 흐뭇해하는 말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송년회 때 애용되는 건배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